MWO안선생님



스파이(2015) 리뷰


1. 이쯤되면 이건 첩보물이라기 보다는

올해는 신선하고 괜찮은 스파이 영화가 벌써 두개나 나왔습니다. 첫번째는 매너의 중요성을 전국에 설파해준 [킹스맨]이고요, 두번째는 매너따윈 개나 줘버린 [스파이]입니다. 둘 다 기존의 스파이 영화를 비틀어버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결과물이 사뭇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전자가 '유머러스한 스파이 영화' 였다면, 후자는 '첩보물의 탈을 쓴 코미디영화'에 가깝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겠네요. 영화 시작한지 2분이면 벌써 웃기기 시작하고, 그 뒤로는 끊임없이 터집니다. 


2. '몸'보다는 '입담'으로

[스파이]의 극을 이끌어가는 것은 사실 '상황'이지만, 이야기의 매력은 '캐릭터'와 '입담'에 있습니다. 뚱뚱한 캐릭터가 으레 보여주는 슬랩스틱류의 코미디(예고편에 나온 바이크 씬 같은) 나 자기비하개그는 되려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그러나 뻔하지만은 않은) 캐릭터들을 설정해놓았고, 그 캐릭터들간의 조합에서 입담이 터져나오게끔 해놨습니다. 이야기 자체는 기존의 것에서 약간 비틀어진 정도일 뿐이고, 그보단 그 판 위에서 놀고있는 캐릭터들을 바라보는게 재미있는 겁니다. 영화의 메인 톱니바퀴가 되어준 수잔 쿠퍼도 멋졌지만, 제이슨 스테이섬의 필모 셀프디스에 가까운 그런 캐릭터로 보이는 릭 포드나 어딘가 묘한 백치미가 느껴지던 파인(주드 로), 또는 수잔과 쌍욕으로 점철된 시스터후드를 보여준 '레이나' 역시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최고의 조연은 끊임없이 끈적한 섹드립을 던지는 '알도'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영화가 SNL이라면 '알도'는 신동엽이었으니깐요. 


3. 액션도 꽤 괜찮다

영화의 주된 포인트는 입담이지만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액션은 크게 다른 첩보나 액션영화들에 비해서 크게 모자라는 부분이 없습니다. 특히나 수잔 쿠퍼와 다른 여자 요원의 주방 격투장면은 코믹하면서도 상당히 잘 짜여진 액션씬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일상적인 도구를 들고 싸우는 액션들([베를린]에서 냉장고 열어 통조림 집어들고 패는 장면이라거나, [본 슈프리머시]에서 잡지 돌돌 말아서 싸우는 장면 같은거요) 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도심 추격씬이나 헬리콥터에서의 스턴트 장면도 괜찮았습니다. 

4. 첩보물과 벡델 테스트

'벡델 테스트' 라는 것이 있습니다. 미국의 여성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고안한 테스트인데, 이 테스트는 어떤 한 영화가 얼마나 남성중심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가를 파악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테스트입니다. 테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둘 이상 나오는가? 
2. 남성이 '배제된' 상황에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가? 
3. 대화의 소재가 남성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 


아주 간단한 테스트이지만, 정작 따지고보면 이 간단한 기준조차 못넘는 영화가 많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최근의 가장 큰 히트작인 [어벤져스2]에서도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는 겨우 셋(마리아 힐, 닥터 조, 블랙 위도우) 뿐이었고, 그 중 둘이 남자 없이, 또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 없이 이야기하는 부분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비단 [어벤져스2]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영화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명량]이라거나, [위플래쉬] [킹스맨] 같은 영화들 마저도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렇다고 그런 영화들이 나쁜 영화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영화 제작 과정에서 여성은 부수적이거나(이름조차 없는) 종속적인(다른 남자주인공과의 관계로서 존재하는) 부분으로만 여겨졌다는 것이죠.(저는 그것이 '배제'적으로 행해졌다기보다는 그저 '누락'되었을(순전한 무사유였을 뿐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찌되었건 이런 '누락적인' 태도는 결론적으로는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여성 캐릭터의 부재로 이어졌고, 대부분의 첩보 영화 : [미션 임파서블]이나 [본 시리즈] [007 시리즈] 등 에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피터지게 싸우고 승리를 쟁취하여 이야기의 핵심에 서게 되는 것은 대부분은 남자입니다. 여자는 본드걸처럼 섹스어필이나 하면 그만이었으니깐요. 

그런 맥락에서 [스파이]는 첩보물의 역사에서 인상적인 포지션을 점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최근 개봉한 [매드맥스]도 상당히 페미니즘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흥미롭군요) 비록 작위적으로 클리셰를 파괴하고자 하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그 작위적이고 과장된 부분조차 하나의 '재미'로 볼 수 있었지 않았나 하네요. 


5. 첨부하는 동영상 링크는 파리에서 폭탄이 터지기 직전에 사람들이 부르고 있었던 노래입니다. 저 해괴한 것은 시발 무엇일까 했는데 실제 있는 노래라는군요. 충격과 공포입니다. 내용물은 더욱 충격적이고 흥겨우니 직접 확인하시길. 





Posted by 혼자노는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