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리뷰 + 스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short review
관람일 3/5
오늘도 KU Cinema TRAP 을 홍보하고 싶지만 쿠네마트랩에서는 이거 이제 안해서 그냥 모든 비주류영화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쓰는 리뷰
한줄평 : 잘 우려낸 한우 꼬리곰탕 같은 따뜻하고 진한 영화
0. 쿠네마 트랩에서 안합니다. 그동안 할때 뭐하고 이제와서 씨네코드 광화문까지 왔나 하게되네요. 그래도 영화는 좋았습니다.
1. 병원에서 자식이 바뀌었다는 소재는 사실 진부한 소재입니다. 특히나 궁극의 비밀인 '출생의 비밀'은 이젠 화가 날 정도입니다. 하지만 진부한 소재는 곧 고전적인 소재고, 그만큼 옹골찬 소재이기도 합니다. 우려내기만 잘 하면 그 진한 맛을 쭉 볼 수 있겠죠.
2. 영화는 시작한지 10분도 안되서 노골적으로 그 균열을 던져놓습니다. 균열 사이에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있습니다. 평화로운 '노노미야' 가족들의 발밑에 말이죠. 가장인 료타는 그 거대한 혼돈의 소용돌이에서 가족을 구해내야 합니다. 하지만 가장만큼 지위에 비해 알량한 것이 있을까요.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회사원으로서. 모든 책임 앞에서 겨우 버티고 있는 그 스스로의 모습은 패배하지 않아야'만' 하는 모습은 a4 용지 다리를 만든 것 마냥 위태롭습니다.
3. '피에 대한 집착'은 어쩌면 남자라는 생물의 구조적 필연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잉태라는 기적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겠죠. 그것이 '남성성'이라면 남성성이겠군요.
4. A4용지 같지만 끝내 버티고 있던 료타는 결국 마지막 순간에 무너져내립니다. 그건 사랑입니다. 사랑이기 때문에 다른 모든 것 - 집착, 경쟁, 욕심, 강박, 컴플렉스 - 로 버텨내고 있던 그 료타의 다리가 무너져버리는 것이겠죠. 그리고 그 다리의 붕괴가 오히려 두 지점을 연결하고, 균열을 치유해내는 것입니다.
5.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설득력'입니다. 피와 물 중에 뭐가 더 진할까요? 우리는 정말 막연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 라는 규범적인 격언 아래에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것을 하나 하나, 건축물을 세우듯 그것에 대한 멋진 안티테제를 그려내죠. 조곤 조곤, 그 모든 감정들과 상황들을 한 컷, 한 컷, 은유적이면서도 선명하게 말입니다. 설득력이란 것은 바로 그런 것입니다.
(6. 단체카톡방 하나에서 '그렇게 아빠가 된다' 라고 말실수를 했더니 그건 뭔가 콘돔 권장하는 공익광고 같다고 하더군요. 정말이지 변태같은 놈들입니다.)